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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올림픽 끝없는 '돈과의 전쟁' 작성일 : 2015-02-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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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메일보내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평창올림픽 끝없는  돈과의 전쟁 평창 동계올림픽이 3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조직위원회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 장소 변경 추진 사안도 비용 절약 차원에서 시작됐습니다.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은 올림픽 유치 때부터 일찌감치 강원도 평창의 보광 휘닉스파크로 결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당초 보광 휘닉스파크의 기존 시설 보완 비용은 205억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정밀 실사를 한 결과 동계올림픽을 치르기에는 낡은 설비가 예상외로 많이 발견됐습니다. 칼자루를 쥔 국제스키연맹(FIS)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자동 제설 시스템과 리프트를 새로 설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게다가 치러야 할 경기 종목이 6개에서 10개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기존 시설 보완 비용은 무려 500억원으로 껑충 치솟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예상치 못한 경기장 사용료와 영업 손실 보상비 문제가 돌출했습니다. 테스트 이벤트와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려면 사실상 3년 정도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보광 휘닉스파크 측은 수백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시설 보완 비용과 보광 측 요구를 다 합치면 거의 1천억원에 가까운 거액이 됩니다. 이 돈의 75%는 정부가, 25%는 강원도가 부담해야 합니다.

재정 부담이 커지자 문체부와 강원도는 경기 장소 변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 고위 간부는 지난주 알파인스키 세계선수권이 열린 미국 콜로라도를 방문해 변경 방침을 국제스키연맹에 공식 통보했습니다. 장 프랑코 카스퍼 국제스키연맹 회장은 10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을 제안 받았다”고 밝혀 평창 측으로부터 통보받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체 장소로는 정선의 하이원 리조트가 꼽히고 있습니다. 하이원 리조트는 보광 휘닉스파크보다 10년쯤 늦게 건설돼 비교적 시설물 상태가 양호하고 전체 규모도 용평 리조트 못지 않게 방대합니다. 다양한 슬로프에 숙박 시설도 충분히 갖춰져 있습니다. 전국체전 등 각종 국내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3년 전 국제스키연맹 총회가 이곳에서 열렸는데 역대 최고의 총회였다는 절찬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문체부와 강원도는 하이원 리조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경기장 사용료와 영업 손실 보상비를 덜 지급해도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하이원 리조트의 유일한 단점은 지리적으로 멀다는 것입니다. 평창 알펜시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보광 휘닉스파크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인데 반해 하이원 리조트는 1시간30분이나 떨어져 있습니다.

국제스키연맹 관계자들은 오는 21일 방한해 하이원 리조트에 대해 적격 여부를 판단할 계획입니다. 기술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를만한 곳인지 여부가 핵심 관건입니다. 국제스키연맹이 OK 판정을 하면 사실상 경기장 변경은 결정됩니다.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도 받아야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경기장은 설계중이고 5월에는 착공을 해야 한다. 내년 2월에는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와 평행대회전의 테스트 이벤트를 치러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경기장 변경은 늦어도 3월말까지 최종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대 빙상장 건설비 삭감 규모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4대 빙상장은 신축을 해야 하는 피겨-쇼트트랙 경기장,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아이스하키 경기장 1(남자아이스하키), 아이스하키 경기장 2(여자 아이스하키) 등 모두 4곳을 가리킵니다. 예산권을 쥔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사주체인 강원도에 총 775억원을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강원도 그럴게 못하겠다고 버티다 거의 1년 가까운 옥신각신 끝에 최근 들어 약 400억원 감축하는 선에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키 조명 시설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입니다. 스키 팬이 가장 많은 곳이 유럽이고 그 다음이 미국과 캐나다입니다. 만약 평창에서 낮 12시에 경기를 한다고 가정하면 시차 때문에 유럽 사람들은 새벽 4시에 TV 시청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유럽 스키 팬들이 낮 12시에 TV 시청을 하려면 평창에서 스키 경기가 밤8시에 열려야 합니다. 즉 야간 경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평창 조직위에 따르면 스키 야간 경기를 TV 중계방송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할 경우 약 500억원 이상의 조명 시설이 또 필요하다고 합니다. 돈을 아끼기 위해 한국 위주로 경기 시간을 편성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올림픽 붐이 일어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외국인 위주로 할 경우에는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해 한마디로 난감한 상황인 것입니다. 이래저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막하는 날까지 ‘돈과의 전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